루카 16,19-31 사순 제2주간 목요일

<그림 출처; Egino Günter Weinert, (1920.3.3 ~ 2012.9.4)는 독일의 금속공예 작가이며 조각가이고, 화가였다.>

오늘 복음말씀에 등장하는 부자와 라자로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모든 것을 넉넉히 갖춘 부자와 인격의 마지노선마저 지킬 수 없었던
극빈자 중의 극빈자였던 라자로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입니다.
이 ‘옛날 이야기’는 또한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세상의 모습’ 이기도 합니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힘의 논리, 사회 구조적인 문제, 정의의 상실…
결국엔 인간이 지닌 욕심과
이기심의 삐뚤어진 마음에로 귀결됩니다.
밖에서 벌어지는 커다란 불공정과 윤리적 문제에
입을 모아 비판하기는 참 쉽습니다.
외부의 괴물을 비난하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정의로운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느낍니다.
그러나 그 괴물이 내 내부에 산다는 것은
좀처럼 인정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저부터 그러합니다.

우리는 비록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마음 안에 도사리고 있는 욕심과 이기심을
미워하고 불편해 합니다.
혹은 타인이 가진 성공과 부를 부러워 합니다.
우리가 일단 이 욕망의 가지가
우리 안에도 굽어 있다는 사실, 우리 내적 현실에
이러한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이 같은 문제에 피상적인 체념 대신
좀 더 현실적인 접근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이 가시가 살 속에 박힌 채로
여행을 계속하게 만드실 모양입니다.
그러면 이 가시는 우리를 겸허하게 만들고
날마다 새롭게 노력하도록 우리를 계속 찔러 댈 것입니다.
우리 내부의 정리되지 않은 혐오스러운 감정을 만날 때
이러한 감정들을 염려하여 당황하거나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 것들은 고의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심리적인 불편감을 유발할 뿐
윤리적인 죄는 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자신의 나약성, 미숙함, 내적 빈곤을 자각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성령께 도움을 청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자신의 감정구조를 변형시켜
진정으로 타인을 향해 나아가기까지는
장구한 세월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자신의 진짜 감정과
낙담, 두려움을 인내로 버텨야 합니다.
우리가 더딘 자신의 성장 법칙을 이해하고 나면,
타인의 어둠을 참고 견디는 일에도 인내심이 생겨날 것입니다.
우리는 어린아이들처럼 하느님의 용서를 구하고
가던 길을 재촉해야 합니다.
우리의 내적 어둠이 공동체라는 몸을 통해
분열과 분쟁을 일으키고 가시적인 문제를 만듭니다.
그러나 또한, 공동체라는 몸을 통해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참된 기쁨은 우리 모두가 가장 깊은 의미에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는 해방감을 느끼는 데서 비롯됩니다.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더 훌륭한 체하거나,
사랑받기 위해서 발전하고 있음을
과시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지적 능력이나 손재주 때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랑받고 있음을
이미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동체의 희망이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을
실제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수용과 사랑,
그리고 성장에 필요 불가결한 인내와 신뢰를 토대로
성립된다고 확신합니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6,19-31
그때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셨다.
19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20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21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
22 그러다 그 가난한 이가 죽자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곁으로 데려갔다.
부자도 죽어 묻혔다. 23 부자가 저승에서 고통을 받으며 눈을 드니,
멀리 아브라함과 그의 곁에 있는 라자로가 보였다.
24 그래서 그가 소리를 질러 말하였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라자로를 보내시어 그 손가락 끝에 물을 찍어 제 혀를 식히게 해 주십시오.
제가 이 불길 속에서 고초를 겪고 있습니다.’
25 그러자 아브라함이 말하였다. ‘얘야, 너는 살아 있는 동안에 좋은 것들을 받았고
라자로는 나쁜 것들을 받았음을 기억하여라.
그래서 그는 이제 여기에서 위로를 받고 너는 고초를 겪는 것이다.
26 게다가 우리와 너희 사이에는 큰 구렁이 가로놓여 있어,
여기에서 너희 쪽으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 쪽으로 건너오려 해도 올 수 없다.’
27 부자가 말하였다.
‘그렇다면 할아버지, 제발 라자로를 제 아버지 집으로 보내 주십시오.
28 저에게 다섯 형제가 있는데, 라자로가 그들에게 경고하여
그들만은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해 주십시오.’
29 아브라함이, ‘그들에게는 모세와 예언자들이 있으니
그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 하고 대답하자,
30 부자가 다시 ‘안 됩니다, 아브라함 할아버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가야 그들이 회개할 것입니다.’ 하였다.
31 그에게 아브라함이 이렇게 일렀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16:19-31
 
Jesus said to the Pharisees:
“There was a rich man who dressed in purple garments and fine linen
and dined sumptuously each day.
And lying at his door was a poor man named Lazarus, covered with sores,
who would gladly have eaten his fill of the scraps
that fell from the rich man’s table.
Dogs even used to come and lick his sores.
When the poor man died,
he was carried away by angels to the bosom of Abraham.
The rich man also died and was buried,
and from the netherworld, where he was in torment,
he raised his eyes and saw Abraham far off
and Lazarus at his side.
And he cried out, ‘Father Abraham, have pity on me.
Send Lazarus to dip the tip of his finger in water and cool my tongue,
for I am suffering torment in these flames.’
Abraham replied, ‘My child,
remember that you received what was good during your lifetime
while Lazarus likewise received what was bad;
but now he is comforted here, whereas you are tormented.
Moreover, between us and you a great chasm is established
to prevent anyone from crossing
who might wish to go from our side to yours
or from your side to ours.’
He said, ‘Then I beg you, father, send him
to my father’s house,
for I have five brothers, so that he may warn them,
lest they too come to this place of torment.’
But Abraham replied, ‘They have Moses and the prophets.
Let them listen to them.’
He said, ‘Oh no, father Abraham,
but if someone from the dead goes to them, they will repent.’
Then Abraham said,
‘If they will not listen to Moses and the prophets,
neither will they be persuaded
if someone should rise from the dead.’”
 



0 답글

댓글을 남겨주세요

Want to join the discussion?
Feel free to contribute!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