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6,14-29 성녀 아가타 동정 순교자 기념일

잘 갈린 칼에 반사된 빛을 보며 세례자 요한은
마지막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로
소명의식을 가지고 힘껏 예수님이 오실 길을 닦아놓은 그에게
조금더 명예로운,
소위 있어보이는 죽음을 허락하실순 없으셨나..
이건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지 않나..

그런데 문득 허무라는 단어가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세례자 요한은 허무했을까?
요한의 마음속에 예수님이 부재했다면..
그의 가르침, 소명의식, 믿음이 다 쏟겼다면
그는 헤로데의 옆자리에 서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감옥에 있었고
그의 마음안에는 예수님이 마지막까지 자리하고 계셨다.

허무.. 허무라는 단어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왕궁이었다.
앳된 살로메의 요염한 몸짓을
욕망감춘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는 권력가들,
문 뒤에서 딸에게는 눈길조차 보내지 않고
오직 헤로데의 반응만 살피고 있는 엄마, 헤로디아,
의붓딸이 사람의 머리를 요구해도
자신의 자만심 때문에
양심의 독버섯에 물을 주는 헤로데,
그리고 곧, 서둘러 달려가 사람의 머리를 요구하고
태연자약하게 쟁반에 받쳐들고 오는 살로메.

어느 누구의 마음에도
예수님께 가 닿는 뿌리가 한 가닥도 없다.
상황따라, 이익따라, 기분따라, 욕망따라..
흩날리는 껍데기들 뿐.
쟁반에 담겨온 요한의 감은 얼굴이
이들의 얼굴과 한 장면에 들어오면서
그들의 추악한 허무는 극적으로 드러난다.
믿음으로 영원한 평화속에 안긴 새하얀 요한의 얼굴.
욕망과 불안, 초초, 경계, 후회, 희열, 집착, 광기가 뒤섞인
괴기한 그들의 기름기 돋는 얼굴.

나는 누구의 얼굴로 서 있나..
내 마음 속에는 어떤 껍데기들이 떠다니는가..
주님 제발 제 마음안에
믿음의 뿌리 한가닥 뻗어나올수 있는 자비를 베푸소서. 아멘.

-이 테라 수녀-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4-29


그때에 14 예수님의 이름이 널리 알려져
마침내 헤로데 임금도 소문을 듣게 되었다.
사람들은 “세례자 요한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15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는 엘리야다.” 하는가 하면,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들과 같은 예언자다.” 하였다.
16 헤로데는 이러한 소문을 듣고,
“내가 목을 벤 그 요한이 되살아났구나.” 하고 말하였다.
17 이 헤로데는 사람을 보내어 요한을 붙잡아 감옥에 묶어 둔 일이 있었다.
그의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 때문이었는데,
헤로데가 이 여자와 혼인하였던 것이다.
18 그래서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19 헤로디아는 요한에게 앙심을 품고 그를 죽이려고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20 헤로데가 요한을 의롭고 거룩한 사람으로 알고
그를 두려워하며 보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말을 들을 때에 몹시 당황해하면서도 기꺼이 듣곤 하였기 때문이다.
21 그런데 좋은 기회가 왔다.
헤로데가 자기 생일에
고관들과 무관들과 갈릴래아의 유지들을 청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22 그 자리에 헤로디아의 딸이 들어가 춤을 추어,
헤로데와 그의 손님들을 즐겁게 하였다.
그래서 임금은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나에게 청하여라. 너에게 주겠다.”
하고 말할 뿐만 아니라,
23 “네가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
내 왕국의 절반이라도 너에게 주겠다.” 하고 굳게 맹세까지 하였다.
24 소녀가 나가서 자기 어머니에게 “무엇을 청할까요?” 하자,
그 여자는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요구하여라.” 하고 일렀다.
25 소녀는 곧 서둘러 임금에게 가서,
“당장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저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청하였다.
26 임금은 몹시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라
그의 청을 물리치고 싶지 않았다.
27 그래서 임금은 곧 경비병을 보내며,
요한의 머리를 가져오라고 명령하였다.
경비병이 물러가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어,
28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주었다.
29 그 뒤에 요한의 제자들이 소문을 듣고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무덤에 모셨다.


 
Gospel Mk 6:14-29
 
King Herod heard about Jesus, for his fame had become widespread,
and people were saying,
“John the Baptist has been raised from the dead;
That is why mighty powers are at work in him.”
Others were saying, “He is Elijah”;
still others, “He is a prophet like any of the prophets.”
But when Herod learned of it, he said,
“It is John whom I beheaded. He has been raised up.”
 
Herod was the one who had John arrested and bound in prison
on account of Herodias,
the wife of his brother Philip, whom he had married.
John had said to Herod,
“It is not lawful for you to have your brother’s wife.”
Herodias harbored a grudge against him
and wanted to kill him but was unable to do so.
Herod feared John, knowing him to be a righteous and holy man,
and kept him in custody.
When he heard him speak he was very much perplexed,
yet he liked to listen to him.
Herodias had an opportunity one day when Herod, on his birthday,
gave a banquet for his courtiers, his military officers,
and the leading men of Galilee.
His own daughter came in and performed a dance
that delighted Herod and his guests.
The king said to the girl,
“Ask of me whatever you wish and I will grant it to you.”
He even swore many things to her,
“I will grant you whatever you ask of me,
even to half of my kingdom.”
 
She went out and said to her mother,
“What shall I ask for?”
Her mother replied, “The head of John the Baptist.”
The girl hurried back to the king’s presence and made her request,
“I want you to give me at once on a platter
the head of John the Baptist.”
The king was deeply distressed,
but because of his oaths and the guests
he did not wish to break his word to her.
So he promptly dispatched an executioner
with orders to bring back his head.
He went off and beheaded him in the prison.
He brought in the head on a platter
and gave it to the girl.
The girl in turn gave it to her mother.
When his disciples heard about it,
they came and took his body and laid it in a t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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