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45-51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어떤 최신 뉴스를 듣고 그 말을 전하고 싶을 때 나는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이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최신 뉴스를 주식통에게 직접 들었다 치자.
이 뉴스를 이야기하고 싶은데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줄까? 주변 친구들 중에 지금 주식 투자를 하고 있어 주식 동향에 대해 관심이 많고 늘 주식에 관해 읽거나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제일 먼저 생각나지 않을까? 그 사람에게 이 최신 뉴스를 전해줄 것이다. 그는 눈을 반짝이면서 내 말을 들어주고 한동안 그것에 관해 신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의 ‘주’자도 관심 없고, 오늘 저녁 메뉴는 짜장면으로 할 것인가 치킨으로 할 것인가, 시청률 30퍼센트를 찍은 드라마의 주인공은 오늘 어떻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있는 친구라면, 그 친구에게는 이 뉴스를 전해줄 필요도 없고 전해줘도 “어쩔티비”가 될 것이다. “근데 왜 나한테 그 얘기를 하는데?” 이런 반응이 안 나오면 다행이다. 대신 무슨촌 치킨에 새 메뉴가 나왔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 친구가 먼저 생각나지 않을까? 그에게 이 뉴스를 전해주면 새 메뉴에 행복해 하는 친구를 보며 같이 행복할 수 있다. 치킨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명품 브랜드만 쫙 꿰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와는 무슨촌 치킨이 아니라 프*다 신상백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내 말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비록 나에게 소중한 일이나 이야기나 사건이라 해도, 그게 그에게도 소중한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면 굳이 찾아가서 그 뉴스를 전하지 않는다. 즉, 어떤 길고 의미있는 대화와, 그 대화를 통한 가치의 공유는 평소에 비슷한 관심사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일어난다.
스몰톡은 아무하고나 가능하지만 자신의 소중한 가치가 관련된 이야기는 아무하고나 할 수 없는 이유다. 정말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는” 거다.

오늘 복음에서 필립보가 나타나엘에게 뉴스를 전해주는 장면이 이런 “가치관의 공유”에 대한 묵상으로 와 닿았다.
필립보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타나엘을 만나 메시아 뉴스를 전해준다.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다고. 만일 나타나엘이 율법 따위 관심 없고 메시아 이런 것에도 관심 없는 사람이었다면, 필립보가 찾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길 가다 우연히 만났다 해도 불쑥 이 뉴스부터 전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나타나엘은 필립보의 특종 뉴스에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라고 반문한다. 구약 성경에는 나자렛이 나오지 않으며, 따라서 메시아와는 관련이 없는 동네라는 것을 알 정도로 나타나엘은 율법과 예언서를 알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니 필립보는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자기 지인들 중에 가장 먼저 나타나엘을 떠올렸음이 틀림없다. 이 대박 뉴스에 가장 먼저 설레며 초미의 관심을 보일 바로 그 친구! 나타나엘일거야.

바로 그런 나타나엘을 예수님은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하신다.
하느님 백성으로서 메시아를 기다리는 희망과 신앙을 간직한 사람에게, 진짜 이스라엘 사람이라는 평가는 최고의 찬사 아니었을까?

나는 내 생활 속에서 어떤 분야에,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알고 싶어하고 있나? 나에게 뉴스를 전해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그들이 내게 전해주는 뉴스나 이야기들은 어떤 종류인가? 그들은 내게 주로 무엇을 말해주나?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이야기가 주로 뒷담화라면, 그것은 내가 거기에 관심 있다는 걸 그들이 알기 때문이고, 나와 함께 그 뒷담화를 소중하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와서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해서 뒷담화만 하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이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내 세상은 나 뿐만 아니라 온통 뒷담화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겠지. 만일 내 주위에 모이는 사람들이 명품이나 고소득 직업, 학력, 아파트 평수, 사는 동네, 외제차 이런 이야기를 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내 평소의 관심사나 가치관, 사람 판단의 기준이 그런 것들이라는 걸 그들이 알고 있기에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내 주위에 모이는게 아닐까? 만일 내 주위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주로 읽은 책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것은 사람들이 내가 책에 관심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고, 책을 읽고 배우는 것들의 가치를 나와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와서 이야기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내 세상은 온통 책을 읽고 사색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겠지.

나는 모든 뉴스를 듣고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에게 전해주는 뉴스는 결국 내가 관심있어 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 주위에 모이는 사람들은 결국 나와 같은 가치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될 수 밖에 없다. 내 주위에 믿음, 희망,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그것들을 소중한 가치로 여겨야 거기 공감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예수님, 제가 제 주위의 사람들을 거울 삼아, 제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한 번 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예수님 당신께 가장 많은 관심을 두고, 당신이 제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되도록 도와주세요. 제자들은 당신을 알아봤다는 공동의 가치 때문에 당신을 중심으로 모여 뭉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그 제자들 사이에 낄 수 있도록, 예수님을 제일 소중한 가치로 삼고 늘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렇게 되도록 이끌어 주세요. 그래서 제 주위에 온통 예수님을 닮고 싶어하는 사람들로 가득하게 해 주세요.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5-51
그때에 45 필립보가 나타나엘을 만나 말하였다.
“우리는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분이시오.”
46 나타나엘은 필립보에게,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하였다.
그러자 필립보가 나타나엘에게 “와서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47 예수님께서는 나타나엘이 당신 쪽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
그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48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저를 어떻게 아십니까?” 하고 물으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필립보가 너를 부르기 전에,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내가 보았다.” 하고 대답하셨다.
49 그러자 나타나엘이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50 예수님께서 나타나엘에게 이르셨다.
“네가 무화과나무 아래에 있는 것을 보았다고 해서 나를 믿느냐?
앞으로 그보다 더 큰 일을 보게 될 것이다.”
51 이어서 그에게 또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Jn 1:45-51
Philip found Nathanael and told him,
“We have found the one about whom Moses wrote in the law,
and also the prophets, Jesus son of Joseph, from Nazareth.”
But Nathanael said to him,
“Can anything good come from Nazareth?”
Philip said to him, “Come and see.”
Jesus saw Nathanael coming toward him and said of him,
“Here is a true child of Israel.
There is no duplicity in him.”
Nathanael said to him, “How do you know me?”
Jesus answered and said to him,
“Before Philip called you, I saw you under the fig tree.”
Nathanael answered him,
“Rabbi, you are the Son of God; you are the King of Israel.”
Jesus answered and said to him,
“Do you believe
because I told you that I saw you under the fig tree?
You will see greater things than this.”
And he said to him, “Amen, amen, I say to you,
you will see heaven opened and the angels of God
ascending and descending on the Son of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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