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5,21-28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언제 만나도 제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못내 부끄러이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예수님과의 만남을 이룬 어떤 가나안 부인입니다.
 
이 여자는 “호되게 마귀 들린 딸(15,22)”을 둔 어머니입니다.
이방인 여인이 유대인 중의 유대인이요,
다윗의 혈통을 잇고 있는 예수님을 주님이라 고백하며,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소리칩니다.
 
딸은 어머니에게 자기 자신과 같은 존재입니다.
딸의 병은 어머니에게 자신의 건강함이 되려 미안한 아픔입니다.
딸의 치유는 어머니에게 간절하디 간절한, 유일무이한 희망입니다.
딸은 어머니 자신의 분신(分身)이요, 모든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 자신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습니다.
오직 딸의 치유가 어머니 자신의 바램이기에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다(15,24)”며
거절하시는 주님 앞에 와 엎드려 청합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15,25)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여인의 믿음을 시험이나 하시는 듯
매정하게 말씀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코 물러섬 없이
치유의 능력을 지니고 계신 예수님으로부터 물러섬 없는 어머니입니다.
모욕 앞에서도 비굴하지 않은 어머니의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자신 앞에 계신 주님은 치유의 능력을 가지고 계심에 대한 확신이 느껴집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어머니는 알고 있습니다.
이미 마귀 들린 딸과 동고동락하는 가운데
딸을 통해 호되게 갖은 수모를 겪었을 어머니입니다.
그 모진 세월 속에서 자신의 그 어떤 노력도
딸을 낫우는데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함을 뼈저리게 느꼈을 터입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나의 딸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때로는 눈물 속에서, 때로는 원망 속에서
때로는 조금 나아진 듯한 위로 속에서 깨달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딸의 진정한 주인은 하느님,
마귀 들린 딸을 낫우어 주실 수 있는 분은 오직 주님 뿐이심을 말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이의 부모님이시오, 모든 이의 임자이심을 말입니다.
 
호되게 마귀 들린 딸을 낫우기 위해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었을 한 어머니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오늘의 간절함,
가장 낮은 자세로 가장 고귀한 믿음을 봉헌한 거룩함이
수도자로서 살아가면서도
자존심과 자애심의 덩치가 쑥쑥 자라나
귀에 걸리는 말들이 늘어나고,
마음에 꽂히는 행동들을 쉽게 잊어주지 못하는 교만함이
결국 믿음의 부족이요,
서원을 통해 한 평생 주님을 섬기며 살기로 다짐하였음에도
주님을 주님으로 알아 뵙지 못하는 눈 먼 영혼의 모습임을 돌아봅니다.
 

무한정 사랑 자체이신 주님께서 우리네  믿음을 희망하시다니.

전지전능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네 간구를 활용하시다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시는 분께서 우리네 구구절절 사연 속에 들어오시다니.

시작이요 마침이신 영원하신 분께서 굳이 우리를 도와 기적을 일으키시다니!


어머니,
참으로 당당한 믿음의 여인,
주님 앞에 단독자로서 그 고독을 통해 자비를 입은 여인,
그 어떤 가나안 여자 한 사람의 전구를 청해 봅니다.
가장 가난하면서도 거룩한 기도, 그것은 어머니의 기도가 아닐까요.

우리의 바람이 그분의 뜻에 닿으니 바로, 지금이어라.


죽었다 깨어나도 어머니의 마음의 십분의 일도
흉내 낼 수 없음을 실감하는 저의 일상사 안에서
오늘은 주님 앞에 부족한대로, 모지란 대로 납작이 엎드려 봅니다.

“믿은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낫더라.”

믿는 즉시, 바로 이루어지더이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 1,45)

전 요세피나 수녀


​+ 마태 15,21-28
 

그때에 21 예수님께서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22 그런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23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24 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25 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26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7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8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Gospel, Matthew 15,21-28
 
 
21 Jesus left that place and withdrew to the region of Tyre and Sidon.22 And suddenly out came a Canaanite woman from that district and started shouting, ‘Lord, Son of David, take pity on me. My daughter is tormented by a devil.’
23 But he said not a word in answer to her. And his disciples went and pleaded with him, saying, ‘Give her what she wants, because she keeps shouting after us.’
24 He said in reply, ‘I was sent only to the lost sheep of the House of Israel.’
25 But the woman had come up and was bowing low before him. ‘Lord,’ she said, ‘help me.’
26 He replied, ‘It is not fair to take the children’s food and throw it to little dogs.’
27 She retorted, ‘Ah yes, Lord; but even little dogs eat the scraps that fall from their masters’ table.’
28 Then Jesus answered her, ‘Woman, you have great faith. Let your desire be granted.’ And from that moment her daughter was well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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