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1,34-36 연중 제34주간 토요일


오늘은 전례력상으로 1년의 마지막 날이고
내일은 새로운 전례 주년이 시작한다.
그렇다면 오늘 말씀은
한 해를 다 보내는 시점에서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으로 읽을 수 있다.
동시에 앞으로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한
덕담 한 말씀으로 읽을 수 있겠다.
그런데 복음서를 펼쳐 보니 이 말씀은
예수님 수난의 때인 파스카 축제 직전에
마지막으로 하시는 말씀의 마지막 부분이다.
한 해의 마지막에,
예수님이 수난 속으로 걸어 들어가시기 전 하신
마지막 말씀을 읽는다. 이제 선포와 가르침은
십자가 위의 침묵으로 변할텐데.
그렇다면 이건 당신이 아직 멀쩡하실 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해주시는 말씀이잖아.
이번 주 내내 계속된 말씀,
성전이 무너지고 재앙이 닥쳐오며
그 와중에 사람의 아들이 다시 오실 거라는 예고와
그 때를 알아보라는 말씀은 불편하고 무서웠다.
근데 이건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셨네.
이 모든 것을 견디면서,
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할 일이
의외로 단순하다.
늘 깨어 기도하라고.
대재앙의 예고 끝에 대비책 치고는 단순하긴 한데,
이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늘 깨어 있으라는 건
졸지 말고 거기 집중하고 있으라는 거고,
언제나 그러고 있기는 거의 불가능하니까 말이다.
평범한 말씀인데 너무 어려운.
하지만 오늘은 왜 이 말씀이
엄청난 위로로 느껴질까?
예수님이 이제부터 하시려는 일,
우리를 위해 감당하셔야 할 파스카의 여정에 비해
너무 가벼운 숙제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깨어 기도하는 일을 부탁하시고
당신은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길을 가신다.
나는 내가 늘 깨어있지 못할 것을 안다.
게쎄마니에 함께 올라갔던 제자들처럼,
눈 부릅뜨고 한 시간 버티기도 힘들다는 것도 안다.
나는 또 졸고 해롱대고 잠들테지만,
오늘은 당신 여정의 마지막을 향해 가시는 예수님이
더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죽음같은 건 내가 알아서 할께.
너는 깨어있기만 해.
나에게는 깨어 기도하라고만 하시고
내 죽음을 대신 지고 가실 예수님이 말이다.

주님이신 예수님, 감사드려요.
저는 잘 깨어있지도 못하지만,
늘 깨어있는 데에 성공한다고 해서
예수님의 길에 무슨 기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요.
늘 깨어 기도하라는 건
나 자신을 위해서 하라는 부탁이신 거죠.
모든 것을 저를 위해 행하시고
말씀하시고 권고하시는 주님,
주님이 사랑하시는 저 자신답게,
언제나 깨어있음을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전례력의 한 해도 이끌어주세요.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34-3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4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
35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36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21:34-36
Jesus said to his disciples:
“Beware that your hearts do not become drowsy
from carousing and drunkenness
and the anxieties of daily life,
and that day catch you by surprise like a trap.
For that day will assault everyone
who lives on the face of the earth.
Be vigilant at all times
and pray that you have the strength
to escape the tribulations that are imminent
and to stand before the Son of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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