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20,19-31 부활 제2주일 – 하느님의 자비 주일

문득 궁금해졌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오셨을 때
토마스는 어디 있었을까?
제자들은 어느 한 집에 모여서
문을 다 잠근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예수님은 그런 그들 가운데에 등장하신다.

토마스는 어디 있었을까?
아직 이 비밀 아지트 위치를 연락 받지 못하고
떠돌고 있었을까?
자기 혼자 숨을 곳을 찾아 숨어 있었을까?
여기 모인 제자들과 같이 있었는데,
정찰을 하거나 비상 식량을 사거나
비밀리에 어디로 연락을 할 목적으로
나가 있었던 걸까?
어쩌면 그는 제자들 가운데
가장 기민하고 판단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느라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언젠가 주님의 말씀을 들을 때,
그게 뜬금 없다고 여겨지자
곧바로 반문을 하는
똑똑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어떤 말에
“스승님이 그렇다고 하시니 그런가부다…”
하고 있지는 않는 모습이다.
뭘 하고 있었든,
다른 제자들과는 다른 곳에 있었다.
자신의 사정 때문이든, 불가피한 사정이든,
아니면 제자들이 시킨 일을 하고 있든,
아무튼 다른 제자들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서 뒤늦게 이 제자들의 무리에 합류해 있다.
토마스의 이 유별난 자리매김 때문에,
그가 예수님의 상처를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등의 말을 해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다른 제자들과는 다른 성격,
다른 상황,
다른 사정,
다른 사고방식.
혹은 다른 임무.
예수님이 그를 내치지 않으신 걸 보면,
그가 처음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이
그의 탓은 아니었던가 보다.
대신 다시 오셨을 때,
이번에는 토마스의 말에 장단을 맞춰주신다.
“아니, 너 때문에 또 와서
내가 직접 너만을 위한 이런 대사를 쳐야겠니?
다들 똑같이 한 번에 좀 다 모여서 똑같이 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아?”
이런 말씀을 하시는게 아니라
토마스가 나름 이해하고 깨달을 때까지
눈높이 맞춤 교육을 시전하신 것이니 말이다.

예수님의 자비란 이런 방식이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묶음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평화가 너희와 함께!”
라는 말을 듣지 못한 한 사람을 위해
또 오시는 수고를 마다않는 것.
아흔 아홉 마리의 양들이 울타리 안에 있으니
실종된 양 한 마리를 찾는
수고, 시간, 위험부담을 따져볼 때
차라리 포기하는게 낫겠다는
그런 사고방식으로 개개인을 대하지 않는 것.

자비주일인 오늘,
예수님이 토마스를 대하시는 이 태도 하나가
많은 묵상을 하게 한다.
토마스의 의심이 풀어질 때까지
그를 이끌어 깨닫게 하시는 방법이.
부활하신 그분이
당신을 의심씩이나 하고 있는
제자와 함께 계시는 모습이.
혹시나 토마스가 예수님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천성 때문에 여전히 튀며 빗나갔을 수도 있겠다.
사람이란 기대와는 다른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예수님의 태도는
여전히 빛을 발하며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토마스는 부활하신 예수님 체험으로 평생을 살았고
인도까지 가서 복음을 전파하다 순교한다.
토마스는 예수님의 자비어린 마음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목숨을 건 해피엔딩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0,19-31
19 그날 곧 주간 첫날 저녁이 되자,
제자들은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모두 잠가 놓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20 이렇게 말씀하시고 나서 당신의 두 손과 옆구리를 그들에게 보여 주셨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하였다.
21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22 이렇게 이르시고 나서 그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말씀하셨다.
“성령을 받아라.
23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24 열두 제자 가운데 하나로서 ‘쌍둥이’라고 불리는 토마스는
예수님께서 오셨을 때에 그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25 그래서 다른 제자들이 그에게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토마스는 그들에게, “나는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그 못 자국에 내 손가락을 넣어 보고 또 그분 옆구리에 내 손을 넣어 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말하였다.
26 여드레 뒤에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었는데
토마스도 그들과 함께 있었다.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예수님께서 오시어 가운데에 서시며,
“평화가 너희와 함께!” 하고 말씀하셨다.
27 그러고 나서 토마스에게 이르셨다. “네 손가락을 여기 대 보고 내 손을 보아라.
네 손을 뻗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28 토마스가 예수님께 대답하였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29 그러자 예수님께서 토마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30 예수님께서는 이 책에 기록되지 않은 다른 많은 표징도
제자들 앞에서 일으키셨다.
31 이것들을 기록한 목적은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여러분이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Jn 20:19-31
 
On the evening of that first day of the week,
when the doors were locked, where the disciples were,
for fear of the Jews,
Jesus came and stood in their midst
and said to them, “Peace be with you.”
When he had said this, he showed them his hands and his side.
The disciples rejoiced when they saw the Lord.
Jesus said to them again, “Peace be with you.
As the Father has sent me, so I send you.”
And when he had said this, he breathed on them and said to them,
“Receive the Holy Spirit.
Whose sins you forgive are forgiven them,
and whose sins you retain are retained.”
 
Thomas, called Didymus, one of the Twelve,
was not with them when Jesus came.
So the other disciples said to him, “We have seen the Lord.”
But he said to them,
“Unless I see the mark of the nails in his hands
and put my finger into the nailmarks
and put my hand into his side, I will not believe.”
 
Now a week later his disciples were again inside
and Thomas was with them.
Jesus came, although the doors were locked,
and stood in their midst and said, “Peace be with you.”
Then he said to Thomas, “Put your finger here and see my hands,
and bring your hand and put it into my side,
and do not be unbelieving, but believe.”
Thomas answered and said to him, “My Lord and my God!”
Jesus said to him, “Have you come to believe because you have seen me?
Blessed are those who have not seen and have believed.”
 
Now Jesus did many other signs in the presence of his disciples
that are not written in this book.
But these are written that you may come to believe
that Jesus is the Christ, the Son of God,
and that through this belief you may have life in his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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