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8,16-20 연중 제30주일 민족들의 복음화를 위한 미사 (전교 주일)

오늘 복음은 부활하신 예수님의 야망(?)이 마구 느껴지는 복음이다.
아무리 부활하셨어도 그렇지, 예수님께 온 제자들은 아직 열한 명이고
갈릴래아 출신인 제자들은 예루살렘에 가 본 것이 인생 최대의 여행이었을텐데.
예수님은 갑자기 글로벌한 마인드가 되어 ‘모든 민족들’을 거론하신다.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으라고 말이다.
그들에게 세례를 주고 당신이 명령하신 걸 가르치라고.
무릇 야망은 크게 가져야 한다는 걸 예수님은 보여주신다…응?

부활하신 예수님은 이제 이스라엘 백성 가운데에서만 새 율법을 가르치는 분이 아니다.
하늘과 땅, 즉 온 세상에 대한 권한을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받은 이로서
온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분임을 확실히 하신다.
제자들은 갑자기 자신들의 사명이 글로벌해지는 것을 보고
당황했을지도 모른다.
복음 말씀이 예수님의 명령으로 끝나서 제자들의 반응을 알 길은 없지만.

이 때로부터 약 2000년이 지난 오늘,
예루살렘에서 직선 거리로 8284 킬로미터 떨어진 대한민국에
그리스도인으로 세례를 받은 내가 있다.
예수님의 야망 가득한 마지막 명령을 기꺼이 받들어
이스라엘 바깥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한 제자들 덕분이다.
그러니 이 복음은 나와 관계 없는 것이 아니다.

로마에 살 때 거주하던 오래된 수녀원의 대성당 지하의 로마 시대 성당터에는
5세기 경 지어진 세례당이 남아있었다.
부활 성야 예식 중 세례 갱신 때가 되면
모두들 촛불을 들고 그 돌무더기 유적으로 내려가
세례당의 크고 깊은 수조를 둘러싸고 서서 세례를 갱신한다.
그 자리에서 나는 특별한 감동을 받았었다.
2000년 전, 팔레스타인 작은 땅에서 시작된 예수님 제자들의 복음 전파가
400여년이 지난 다음 이 세례당에서 세례 받은 사람들에 의해 이어지고
거기서 다시 이들의 신앙 전파가 이어져 1600년이 흐른 다음
저쪽 아시아 한국에서 바로 내가 세례를 받았구나.
그러니 이 복음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전하기 시작한 복음이 어디까지 퍼질 수 있을지
절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은 세상 끝날까지 그들과 함께 있겠다고 말씀하신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이스라엘 바깥에 복음을 전파하려고 했을 것이다.
2000년 후 아시아 어디서 내가 세례를 받을 것을 미리 알고
복음 선포에 투신한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복음 전파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을 때도 많은 것 같다.
눈 앞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김이 빠질 수도 있다.
복음 전파 뿐 아니라, 선의로 어떤 일을 할 때마다
가시적인 소득이 없음을, 당장의 변화나 결과가 없음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음을 탓하며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노력을 접거나
노력하는 사람을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때 이 제자들의 복음 선포와 나 자신의 시공간을 넘은 연결을 생각해 본다.
제자들의 복음 선포의 결과는 2000년 정도는 가봐야 안다.
그렇다면 나도 쪼잔하게 굴면 안되겠구나.
오늘, 내년, 10년 후 또는 내 인생의 막바지를, 결과를 볼 수 있는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면 안되는구나.
오늘 나름대로 복음을 위해 선의로 행하는 작은 노력 하나의 결과도
앞으로 한 2000년 정도는 잡고 봐야 한다.
나의 ‘길어야 80년’인 인생을 넘어서
소수의 사람들을 통해서라도 복음 전파를 위한 선한 노력이 이어질 수 있도록
지금 내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해서 노력해 볼 뿐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당신이 세상 끝날까지 그들과 있을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마태오 복음 1,23에서는 예수님의 이름 ‘임마누엘’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라는 뜻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즉 복음서의 시작과 끝이 우리에게 말해준다.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려 노력하는 우리와도 시공간을 거슬러 함께 계신다.
또한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은 곧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뜻이다.
복음을 전하는 이들은 복음 선포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이미
하느님의 현존을 일생의 가장 큰 선물로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8,16-20
그때에 16 열한 제자는 갈릴래아로 떠나 예수님께서 분부하신 산으로 갔다.
17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18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다가가 이르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19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20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Mk 28:16-20
The eleven disciples went to Galilee, to the mountain to which Jesus had ordered them. When they saw him, they worshiped, but they doubted. Then Jesus approached and said to them, “All power in heaven and on earth has been given to me. Go, therefore, and make disciples of all nations, baptizing them in the name of the Father, and of the Son, and of the holy Spirit, teaching them to observe all that I have commanded you. And behold, I am with you always, until the end of the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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