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0,20-28 성 야고보 사도 축일


그리스도를 따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속한 수도회인 예수회의 창설자 로욜라의 이냐시오 성인이 예수님을 알고 사랑하는 길을 열어준 「영신수련」의 첫째 주와 둘째 주 사이에 ‘그리스도 왕국’이라 불리는 묵상이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올바른 판단력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이 사업을 위하여 자기 전체를 바치겠다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96].
“그 중에도 특별히 감동되어서 우리의 주재자이신 영원하신 임금께 봉사함에 있어서, 특수한 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이 사업을 위하여 자기 전체를 바칠 뿐만 아니라, 자기의 사욕을 극복하고 자기의 혈육적이고 세속적인 사랑을 거슬러 더욱 고귀하고 더욱 가치 있는 봉헌을 하여 다음과 같이 아뢸 것이다”[97].
 
종신서원을 준비하는 대수련 시기에 「영신수련」 30일 피정을 하던 때, ‘그리스도 왕국’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을 가장 앞에서 따르고 싶은 열성에 모든 것을 버리고 제일 열심히 따르겠노라고 자신 있게 장담하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훗날 문득 깨닫게 된 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데도 세속적인 가치관을 적용하고 있던 나의 열성이 좀 부끄럽다는 것이었다. 열성이 나쁜 건 아니지만 영적인 갈망과 바람도 세상적인 차원으로 추구할 수도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세상은 소위 ‘줄’ 세우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줄을 세우기 위해 경쟁을 시키는 소위 ‘힘 있다’는 기득권의 요구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라가는 데 익숙하다. 마치 그것이 당연한 일인 양 여기면서. 그리고 오늘 제베대오의 가족들처럼 예수님을 따르는 데도 앞장서 1등으로 따르고 싶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젖어 든 경쟁사회의 논리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데 익숙하여 내가 아닌 다른 누구보다 앞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의 두 아들을 하나는 오른쪽에 다른 하나는 왼쪽에 앉혀 달라는 어머니의 청에 예수님은 그들이 청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신다. 사실 그들이 청하는 영광은 예수님께서 마시려는 잔, 곧 십자가를 통해서인데 그들은 아는지 모르는지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러자그들도 그 잔을 마시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오늘 기념하는 야고보 사도는 첫 번째로 그 잔을 마시게 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첫 번째로 그 잔을 마시게 된 야고보 사도도 자신의 열성으로 이루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에게서 온 것이다.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간 환난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멸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2코린 4,7-10)라고 바오로 사도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냐시오 성인이 ‘그리스도 왕국’의 묵상을 제시하면서 무엇을 의도했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데 열성을 가지기를 원하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시선을 그리스도에게 두며 자신의 약함과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예수님의 죽음과 생명의 힘에 온전히 의탁하기를 바라신 것이 아닐까. 그러기에 비록 선한 지향들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을 때, 그리고 때론 그러한 지향조차 가질 수 없이 무기력해지더라도 희망은 있다. 그 희망은 나의 의지와 열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죽음과 생명에 있는 것이다.
 
남희정 데레사 수녀


​+ 마태 20,20-28 

20 그때에 제베대오의 두 아들의 어머니가 그 아들들과 함께 예수님께 다가와 엎드려 절하고 무엇인가 청하였다.
21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무엇을 원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 부인이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스승님의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2 예수님께서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내가 마시려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들이 “할 수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23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24 다른 열 제자가 이 말을 듣고 그 두 형제를 불쾌하게 여겼다. 25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26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27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28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Gospel, Matthew  20,20-28
 
20 Then the mother of Zebedee’s sons came with her sons to make a request of him, and bowed low;
21 and he said to her, ‘What is it you want?’ She said to him, ‘Promise that these two sons of mine may sit one at your right hand and the other at your left in your kingdom.’
22 Jesus answered, ‘You do not know what you are asking. Can you drink the cup that I am going to drink?’ They replied, ‘We can.’
23 He said to them, ‘Very well; you shall drink my cup, but as for seats at my right hand and my left, these are not mine to grant; they belong to those to whom they have been allotted by my Father.’
24 When the other ten heard this they were indignant with the two brothers.
25 But Jesus called them to him and said, ‘You know that among the gentiles the rulers lord it over them, and great men make their authority felt.
26 Among you this is not to happen. No; anyone who wants to become great among you must be your servant,
27 and anyone who wants to be first among you must be your slave,
28 just as the Son of man came not to be served but to serve, and to give his life as a ransom for 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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