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8,4-15 연중 제24주간 토요일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밭에 뿌려진 씨의 비유를 듣게 됩니다.
좋은 땅에 떨어진 씨가 많은 열매를 맺는다는
너무나도 친숙한 내용의 복음입니다.

문득, 예전 대학시절에 들은
강의가 생각납니다.
여성학이라는
교양 과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주 능력 있고 세련된 여교수님이
강의 첫 시간에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꽃이 되고 싶은가요?
거름이 되고 싶은가요?”

강의의 중심 내용은
전통적이고 가부장적인
남성 중심의 사회문화 안에서
희생을 요구당하고 차별당한 여성의 위치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기 위함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 첫 질문이 제게는
퍽 인상 깊었나 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그 질문을 삶의 여러 경험에
대입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진정 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거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모습에 따라
다양한 성향과 기질들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또한 인생은 우리에게 다양한 역할을 요구합니다.
꽃이 되든,
거름으로 살든
자신의 선택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것 아닐까요?

처음부터 정답은 없는 문제였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건강하지 않은 꽃으로 살거나,
건강하지 않은 땅으로 사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거름으로 살기를 택한 사람들은
묵묵히 뒤에서 모든 것을 품어내는
건강한 어머니 땅처럼
좋은 꽃을 피우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며
그것에서 보람과 만족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나 꽃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한탄하며
세상과 조건을 탓하여
어쩔 수 없이 거름의 자리에 놓이게 된 이들은
아무런 씨앗도 싹틔우지 못하는
척박한 땅이 되어 버리겠지요.
마찬가지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의 소명을 온전히 펼쳐낸 사람들은
그 본연의 모습으로
세상과 이웃에 유익이 되는 꽃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타인의 기대에 떠밀려
혹은 자신의 높은 기준에 맞추려
억지로 꽃이 되어야만 하는 사람들은
피다 만 꽃이 되거나
때가 되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는
허약한 꽃이 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꽃으로 살든 거름으로 살든
우리는 모두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존재들임에는
변함이 없겠지요.
어떤 모습으로 사는 것이
진정 우리들의 영혼에 행복을 주는 일인지
선택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꽃과 건강한 땅으로 살기위해
먼저 내가 그분께 받은 소명은 무엇인지
묻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8,4-15
그때에 4 많은 군중이 모이고 또 각 고을에서 온 사람들이 다가오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로 말씀하셨다.
5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발에 짓밟히기도 하고
하늘의 새들이 먹어 버리기도 하였다.
6 어떤 것은 바위에 떨어져,
싹이 자라기는 하였지만 물기가 없어 말라 버렸다.
7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한가운데로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함께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렸다.
8 그러나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자라나서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하고 외치셨다.
9 제자들이 예수님께 그 비유의 뜻을 묻자, 10 예수님께서 이르셨다.
“너희에게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비유로만 말하였으니,
‘저들이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고 들어도 깨닫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11 그 비유의 뜻은 이러하다. 씨는 하느님의 말씀이다.
12 길에 떨어진 것들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악마가 와서 그 말씀을 마음에서 앗아 가 버리기 때문에
믿지 못하여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3 바위에 떨어진 것들은, 들을 때에는 그 말씀을 기쁘게 받아들이지만
뿌리가 없어 한때는 믿다가 시련의 때가 오면 떨어져 나가는 사람들이다.
14 가시덤불에 떨어진 것은, 말씀을 듣기는 하였지만
살아가면서 인생의 걱정과 재물과 쾌락에 숨이 막혀
열매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15 좋은 땅에 떨어진 것은,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말씀을 듣고 간직하여
인내로써 열매를 맺는 사람들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8:4-15
When a large crowd gathered, with people from one town after another
journeying to Jesus, he spoke in a parable.
“A sower went out to sow his seed.
And as he sowed, some seed fell on the path and was trampled,
and the birds of the sky ate it up.
Some seed fell on rocky ground, and when it grew,
it withered for lack of moisture.
Some seed fell among thorns,
and the thorns grew with it and choked it.
And some seed fell on good soil, and when it grew,
it produced fruit a hundredfold.”
After saying this, he called out,
“Whoever has ears to hear ought to hear.”
 
Then his disciples asked him
what the meaning of this parable might be.
He answered,
“Knowledge of the mysteries of the Kingdom of God
has been granted to you;
but to the rest, they are made known through parables
so that they may look but not see, and hear but not understand.
 
“This is the meaning of the parable.
The seed is the word of God.
Those on the path are the ones who have heard,
but the Devil comes and takes away the word from their hearts
that they may not believe and be saved.
Those on rocky ground are the ones who, when they hear,
receive the word with joy, but they have no root;
they believe only for a time and fall away in time of temptation.
As for the seed that fell among thorns,
they are the ones who have heard, but as they go along,
they are choked by the anxieties and riches and pleasures of life,
and they fail to produce mature fruit.
But as for the seed that fell on rich soil,
they are the ones who, when they have heard the word,
embrace it with a generous and good heart,
and bear fruit through perseve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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