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우 아벨은 어디에?


  – 동두천 미군기지 부근 거리 –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 3일, 부산 올리베따노 수녀회 진행하는 계속양성 프로그램에 도 라헬 수녀님과 최 나자렛 수녀님이 참석하셨습니다. 프로그램 주제는 “내 아우 아벨은 어디에? :성매매, 인신매매를 통해 바라보는 여성인권” 였습니다. 다녀온 소감을 라헬 수녀님이 보내 주셨습니다.~

첫째 날 오후에는 오리엔테이션 및 에우카리아 수녀님의 환대에 관한 강의가 있었다. 둘째 날에는 에코젠더 평생교육원 원장 고명진 선생님과 전 막달레나 상담소 소장이었던 이희애 선생님의 강의가 하루 종일 있었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는 영화, 윤여정 주연의 ‘죽여주는 여자’를 시청하였다. 셋째 날 오전에는 성매매 집결촌이 있는 경기도 파주 용주골의 여성쉼터 ‘쉬고(She go)’에서 고명진 원장님과 이희애 선생님, 상담사와 만나 용주골에 관한 설명을 들은 뒤 성매매현장을 차를 타고 한바퀴 돌며 그곳의 실태를 간접적으로 나마 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동두천 현장- 윤금이씨 살해 현장, 성병수용소(몽키하우스), 공동묘지-을 경기 북부 평화시민행동, 최희진 사무국장님과 다니며 성매매 여성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들과 그들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첫째 날의 여는 강의를 통하여 베네딕도회적 환대를 확장하여 인권의 사각지대에 머무는 성매매 여성들과의 연대를 통해 그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우리의 자매로 받아들이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툴째 날의 강의를 통하여서는 직접 성매매여성들, 포주들과 만나고 그들의 현실을 접하며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회복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선생님을 통하여 많은 자극을 받았고 사회의 변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그들의 소리없는 절규를 느낄 수 있었다. 저녁에 시청한 영화를 통하여서는 늙은 창녀의 삶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그녀를 제 마음대로 조정하여 쓰고 나서는 버리는 사람들과 그들의 청을 들어주는 그 여자를 바라보며 가슴이 먹먹해 짐을 느꼈다. 스스로에 대한 자의식(自意識)이라든지, 자아존중감(自我尊重感)은 전혀 없는 그녀의 삶과 끝내 잊혀진 존재로 죽음을 맞이하는 그 모습에서 가슴 먹먹함과 암담함을 느꼈다. 셋째 날에는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어두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이 묻혀있는 장소들을 바라보며 무엇이 이들을 이러한 삶으로 가게 만들었으며 나는, 우리는, 우리 사회는, 우리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하며 하느님께서 주신 삶의 의미와 그 목적에 대해 성찰(省察)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우선, 우리 사회의 깊숙이 파고든 산업형 성매매업소-키스방, 인형방, 포옹방, 귀청소방, 발마사지방, 백양집, 보도방, 노래방 등-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었으며, 통계상 이러한 업소가 1% 늘어날 때 마다 5대 강력범죄가 20% 증가하며, 전체 범죄가 10% 증가한다는 자료가 성매매가 우리 사회에 어떠한 해악을 끼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또한 한국 사회는 남녀를 불문하고 성매매에 대해 아주 관대한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2016년도 인신매매 보고서에 의하면 대한민국 남자의 49%가 성매매를 경험했다고 한다. 미국은 15%, 짐바브웨는 51%.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들었다고 하면서도 전혀 선진국다운 삶의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도덕적 기준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참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본다.


3일 동안 이 여정에 함께하며 성매매 여성들의 삶에 대한 나의 무지(無知)를 깊이 자각할 수 있었으며,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되고 잊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마음이 갑갑하고 암담한 현실 앞에서 수도자인 내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문(自問)해 보는 시간이었다. 어떠한 계기로 성매매를 하게 되었던 그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폭력 앞에서 철저히 무너지고 있는데도 아무 의식없이 살아왔던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들도 하느님의 모상을 지녔으며 나와 그들은 모두 하느님에게서 왔다는 사실을 내가 잊어버리고 있었고 더 나쁜 것은 그들에 대한 생각조차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그들을 위해 내가, 우리가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다고 본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준 공동체와 부산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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