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6,35-40 부활 제3주간 수요일

부활 시기에 요한 복음을 읽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을 찐하게 체험하고 나서 그분의 정체를 되짚어 보는 것과 같다. “와서 보라”고 했던 예수님, 요한 세례자가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라고 했던 예수님 말이다. 옆에서 그분이 하시는 일과 말씀들을 보고 들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해하지 못했던 그 시간을 찬찬히 돌이켜 보는 것이다.
생명의 빵에 대한 6장의 긴 말씀도 마찬가지다. 배고플 때 빵을 주셨던 예수님, 배고픈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무어라도 주셨던 그분은 아마 그 때도 무슨 말씀을 하셨을 거다. 그렇지만 그때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이제 그분에 대한 모든 단편적인 기억들을 모아 되씹어 보면서 그분이 그런 행동으로 나에게 하시고자 했던 말씀이 무엇이었는지 겨우 조금씩 깨닫는다. 마치 산 정상에 서서 능선을 바라보는 기분으로.

예수님이 생명의 빵일 수 있는 이유는 오늘 복음에 나와 있다. 이 단락에서 예수님은 당신을 보내신 아버지의 의지와 그 의지에 완전히 일치된 당신의 뜻에 대해 말씀하신다. 40절부터 거꾸로 읽어 올라오면 이 단락의 뜻은 더욱 분명해진다. 아버지의 뜻은 예수님을 보고 믿는 사람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 곧 예수님에게 주신 사람들을 모두 마지막 날에 살리시는 것이다. 예수님은 그런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시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당신에게 오는 사람을 물리치지 않으신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그분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그분에게 온다. 그런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을 빵으로 주신다.

우리가 생명의 빵을 먹고 생명을 얻어 살도록 하는 일은 이 두 분의 환상적인 콜라보가 이룬 결과이다. 우리가 예수님께 가도록 우리를 그분에게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과, 그런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고자 우리를 모두 받아주시고 당신 자신을 생명의 빵으로 주시는 예수님. 예수님을 보내시는 아버지와, 그분 뜻에 따라 하늘에서 내려오신 예수님.
이 두 분이 서로 ‘내가 애들을 보낼테니 니가 가서 받아줘라’, ‘저에게 보내기만 하십쇼. 제가 먹여 살립니다’ 이러면서 무지 신경쓰고 계시는 그 존재가 우리, 아니 나라니! 내 입으로 들어오는 ‘빵이 되신 예수님’이라는 결과 뒤에는 이런 헤아릴 수도 없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영원한 대화와 영원 전부터 이루어진 의기투합이 있었다.

– 이 보나벤뚜라 수녀 –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35 이르셨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36 그러나 내가 이미 말한 대로,
너희는 나를 보고도 나를 믿지 않는다.
37 아버지께서 나에게 주시는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올 것이고,
나에게 오는 사람을 나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38 나는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실천하려고
하늘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39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은,
그분께서 나에게 주신 사람을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것이다.
40 내 아버지의 뜻은 또,
아들을 보고 믿는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나는 마지막 날에 그들을 다시 살릴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Jn 6:35-40
Jesus said to the crowds,
“I am the bread of life;
whoever comes to me will never hunger,
and whoever believes in me will never thirst.
But I told you that although you have seen me,
you do not believe.
Everything that the Father gives me will come to me,
and I will not reject anyone who comes to me,
because I came down from heaven not to do my own will
but the will of the one who sent me.
And this is the will of the one who sent me,
that I should not lose anything of what he gave me,
but that I should raise it on the last day.
For this is the will of my Father,
that everyone who sees the Son and believes in him
may have eternal life,
and I shall raise him on the last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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