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21,33-43.45-46 사순 제2주간 금요일

오늘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에서 주인의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주인의 아들은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주인이야 자신의 뜻대로 한 것이라면 아들 입장에서 아버지의 결정은 죽음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텐데요. 그간 이 비유를 읽으면서 아들까지 소작인들에게 보낸 주인의 인내와 자비심을 극대화하는 존재로서 생각은 했지만 아들의 입장을 따로 떼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는 요즘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한 처, 한 처 더할수록 사람들의 악행은 더하여지고 그에 따라 예수님의 고통이 더해감에도 중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무덤에까지 누워계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우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시고 구원하시겠다는 하느님 아버지의 구원 의지와 아들 예수님의 목숨바친 순명으로 이루어진 무한한 사랑에 수혜를 받고 있음에 형언하기 어려운 심정입니다.
성모님도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데 있어 희생과 큰 고통이 따르는 삶이 될 것임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잉태한 순간부터 십자가의 길에 이르기까지 예수님 곁에 함께 걸으시며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살아가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은총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정말 원하는가?” 자문해봅니다.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고 입으로 말하면서 실제로는 바라지 않는 사람처럼 살아왔습니다. 앞이 막막하고 두려운 길은 바로 저항과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저의 기도는 제 뜻과 의지가 꽉찬 말들의 나열이었습니다.
주인의 아들 예수님과 성모님의 삶을 통해 나 자신만 생각하고 입으로만 했던 기도들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하느님의 뜻을 바라는 기도를 다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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