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9,41-50 연중 제7주간 목요일

오늘 복음 후반에는 별로 안 반가운 애들이 나온다.
구더기들.
곧바로 예수님은 불소금에 절여진다는 둥
주방장 같은 이야기를 하시는데,
이 두 이야기 소재가 바싹 붙어 있기 때문에
꼭 센 불에 얹힌 지옥의 후라이팬 위에서
소금 양념과 함께 볶아지고 있는 구ㄷ…
이런 상상이 먼저 된다.
지옥의 쉐프 오늘의 추천 메뉴…

복음 감동 파괴는 그만하고.
근데 예수님 말씀의 흐름도 이 엉뚱한 상상처럼
“소금”을 매개로 논리비약이 있기는 하다.
공부를 해 보면 소금 이야기와 그 앞의 이야기는
서로 다른 자료들을 한데 모아놓은 것이라고들 한다.
그래도 뭔가 연관지어 묵상할 수 있지 않을까.

찬찬히 읽어보면서 눈에 띄는 표현은 역시 지옥 시리즈다.
예수님 말씀에서 세 종류의 사람이 나오는데
(그리스도인들에게 물이라도 주는 사람,
믿는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사람,
스스로 죄짓게 하는 자기 자신),
지옥 시리즈는 스스로를 죄짓게 하는 자신에게
얼마나 엄격하고 단호해야 하는지를 강조하는 말씀이다.
예수님이 제일 심혈을 기울여 말씀하고 계신 거다.
손이 죄짓게 하거든…
발이 죄짓게 하거든…
눈이 죄짓게 하거든…
이렇게 무려 세 번이나 신체 부위를 잘라버리거나 파내라는
끔찍한 말씀을 하시고,
지옥에 대해서도 불과 구더기를 등장시켜
얼마나 소름끼치게 싫은 곳인지 강조하신다.
으으 정말 싫어.

사실 예수님의 말씀 뜻은 너무나 명확해서
무슨 보충 설명을 덧댈 수 없을 정도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죄 지을 기회를 피하고
결코 죄 짓지 말라!
우선 네가 그렇게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이 말씀 앞에서 오늘 든 생각은 이거다.
이렇게 분명한 입장을 강경 일변도로 표명하시는 예수님을
나는 얼마나 묵상해 왔나?
맨날 보들 보들하게 어루만져 주시고
고쳐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그런 예수님이 더 마음에 위로가 되었고,
그런 예수님께 더 기댄다.
언제나 내 모든 걸 다 보여주고
말하고 나눌 수 있는 예수님이지만,
그래서 어려울게 하나도 없는 예수님이지만,
예수님이 나한테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가치들도 있는 것이다.
정색을 하고, 낯선 사람처럼, 강경하게.
오늘 말씀처럼 결코 죄를 지어서는 안된다는
이런 절대적인 명령 말이다.
살면서, 누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느냐,
내가 누구에게 무엇을 해주느냐,
내가 누구를 해롭게 하느냐,
누가 나를 해롭게 하느냐 등등,
오늘 복음에 나온 첫 두 종류의 고민을 하느라 시간을 보낸다.
헌데, 정작 철저하게 하느님 앞에 홀로 서서
나의 죄성을, 악성을 성찰하고
그 뿌리를 캐보는 시간을 그만큼 충분히 가졌는지?
내가 옳다고 여기는 가치들 속에
혹시나 숨은 진짜 의도의 진원지인,
나도 모르는 나의 악성을 똑바로 깨닫고 있는지?
결코 죄인지 아닌지, 죄를 많이 지었는지 아닌지
계량할 수 없고 갯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관의 악”이 있다.
그건 쉽게 깨달아지지도 않는다.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짓는 죄는 바로 이것인 것 같다.
정말 예리하게 성찰하지 않으면 손에 잡히지도 않는,
그래서 손발을 잘라내야 할만큼의 절박함도 느껴지지 않는 죄.
오늘 묵상을 하고 있는 나도
정말 근본적으로 뿌리뽑아야 할 나의 “죄”가
무언지 설명이 어렵다.
아직 성찰을 덜 했나보다.
그런게 있다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자신의 신체를 잘라버릴 각오를 하면서까지
내 근본적인 죄를 피하고
또는 그 죄로부터 회개를 해야만 할텐데 말이다.
그런 다음에야 예수님의 짭짤한 맛을 소금처럼 간직하고
무언가를 그리스도인답게 할 수 있지 않을까.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41-5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41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42 나를 믿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죄짓게 하는 자는,
연자매를 목에 걸고 바다에 던져지는 편이 오히려 낫다.
43 네 손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손을 가지고 지옥에, 그 꺼지지 않는 불에 들어가는 것보다,
불구자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네 발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려라.
두 발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절름발이로 생명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또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 던져 버려라.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외눈박이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
48 지옥에서는 그들을 파먹는 구더기도 죽지 않고 불도 꺼지지 않는다.
49 모두 불 소금에 절여질 것이다.
50 소금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Mk 9:41-50
 
Jesus said to his disciples:
“Anyone who gives you a cup of water to drink
because you belong to Christ,
amen, I say to you, will surely not lose his reward.
 
“Whoever causes one of these little ones who believe in me to sin,
it would be better for him if a great millstone
were put around his neck
and he were thrown into the sea.
If your hand causes you to sin, cut it off.
It is better for you to enter into life maimed
than with two hands to go into Gehenna,
into the unquenchable fire.
And if your foot causes you to sin, cut if off.
It is better for you to enter into life crippled
than with two feet to be thrown into Gehenna.
And if your eye causes you to sin, pluck it out.
Better for you to enter into the Kingdom of God with one eye
than with two eyes to be thrown into Gehenna,
where their worm does not die, and the fire is not quenched.
 
“Everyone will be salted with fire.
Salt is good, but if salt becomes insipid,
with what will you restore its flavor?
Keep salt in yourselves and you will have peace with one ano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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