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9,22-25 재의 예식 다음 목요일

엘 그레코 <십자가를 지고 가는 그리스도>

우리는 어제 재를 이마에 받으면서
사순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에 대해
말해주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예수님은 따라가고 싶지만
‘나를 버리거나,
내 십자가를 지고 가거나,
내 목숨을 구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나에게는 좀 예외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우리 안에 있을 것입니다.
수도자인 저 역시 때때로
누군가가 어려움이나 역경 속에서도
주님의 뜻을 항구하게 찾으며
충실히 따라가는 이들을 보면
“와! 나도 저렿게 살고 싶다.” 하면서도
막상 내가 힘들고
예기치 않은 어려움에 직면하거나
그 고통의 출구를 쉬이 찾지 못하게 되면
가끔은 예수님께 투덜대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핵심적인 말은
“내 뒤를 따라오려면,
‘나 때문에’ 입니다.
나의 한계 때문에,
내 욕심과 내 뜻 때문에
만나게 되는 어려움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기 위해
기꺼이 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내려놓고 가는 길입니다.
하느님의 외아들이신 예수님이
사람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던 것은
당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나,
당신 왕국을 이 세상에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니의 뜻,
곧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또는 우리 주위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고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가 무슨 종교를 가졌든지 상관없이
자신을 내어주며 타인을 위해서
사랑과 섬김을 살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맛나고 희망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타인을 향한 사랑과 봉사의 삶의 힘은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바로 예수님에게서 나옵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제자들입니다.
스승이 가시는 꽃길은 함께 걷고 싶지만
스승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걷는 가시밭 길은
혼자 가시게 하는 것이 제자의 삶은 아닙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예수님과 함께 걷는 길은
참 생명으로 가는 길이고,
나를 완전하게 실현하는 길이고,
참된 행복으로 나를 이끌어 줍니다.
세상을 다 가졌는데 나를 잃어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예수님의 길에서 우리는 결코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예수님 때문에 걷는
사랑의 십자가 길에는
좋으신 우리 주님과 성모님이
함께 걸어주십니다.

은총의 사순시기.
우리 모두 주님과 함께
사랑과 나눔과 섬김의 길을 걷는
복된 이들이 되길 기도합니다.

* 제노 수녀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9,22-2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22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23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24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25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Lk 9:22-25
Jesus said to his disciples:
“The Son of Man must suffer greatly and be rejected
by the elders, the chief priests, and the scribes,
and be killed and on the third day be raised.”

Then he said to all,
“If anyone wishes to come after me, he must deny himself
and take up his cross daily and follow me.
For whoever wishes to save his life will lose it,
but whoever loses his life for my sake will save it.
What profit is there for one to gain the whole world
yet lose or forfeit hims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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