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9,18-22 연중 제25주간 금요일

우리 말로 자기 소개를 할 때는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지 않는 표현이 있다.
“저는 -라고 합니다” 라는 표현이다.
“저는 -입니다” 보다도 더 많이 쓰는 표현이다.
내가 누군지 확실하니까 그냥 “저는 모모입니다” 하면 되는데
“저는 모모라고 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이 소개 방식은 타인이 나를 무어라고 하는지에 집중한 관점이 들어있다.
이 소개 방식을 풀어 말하면 이렇다.
“저는 모모라고 (다른 사람들이 말)합니다.”
이 표현은 특히 예의를 차려 자신을 소개할 때 많이 쓰이는 것 같다.
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방편으로 발달한 어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는 내가 나임을 내세우지 않아야 겸양의 표현이 된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남들이 나에게 ‘-라고 하는’ 것이 진짜 ‘나’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의 첫 문답도 이 ‘-라고 하는’ 화제에서 출발한다.
다른 사람들이 예수님을 ‘-라고 하는’ 것은 정작 제자들이 보는 예수님은 아니다.
그리고 실제 예수님도 아니다.
예수님은 우선 유도심문으로 제자들에게서 ‘-라고 한다’ 하는 대답을 끌어내신다.
그러니까, ‘카더라 통신’을 먼저 끌어내신다.
그런데 아무리 예수님에 대해 주워 들은 것이 많아도 카더라는 카더라일 뿐,
제자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한 예수님의 정체는 아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그들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신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하느님의 그리스도’라고 할 때는 ‘-라고 한다’고 하지 않는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것은 선언이고 선포이며 고백이기도 하다.
누가 봐도 오해할 수 없는 ‘A는 B이다’를 밝히는 선언이고

아직까지는 -예수님의 분부에 따르면- 선포되어서는 안되는 선포이며
베드로 자신이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직접 고백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예수님을 누구라고 고백할 수 있는지,
아니면 ‘하느님의 그리스도’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는
이 복음을 읽을 때마다 많이 묵상했다.
그리스도론적으로 중요한 대목이라는 것도 알고.

그런데 오늘은 좀 엉뚱하지만 이 ‘-라고 한다’라는 표현을 두고
나는 나를 누구라고 하는지에 대해 묵상하고 싶다.
“글쎄요, 저는 모모라고 (사람들이 말)하는데요,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신 예수님 앞에 선 저는 정말 누구일까요?

저는 어떤 사람으로 당신 앞에 서 있는 걸까요?”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9,18-22
18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19 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세례자 요한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엘리야라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옛 예언자 한 분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합니다.”
20 예수님께서 다시,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시자,
베드로가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21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중하게 분부하셨다.
22 예수님께서는 이어서 “사람의 아들은 반드시 많은 고난을 겪고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되살아나야 한다.” 하고 이르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9:18-22
Once when Jesus was praying in solitude,
and the disciples were with him,
he asked them, “Who do the crowds say that I am?”
They said in reply, “John the Baptist; others, Elijah;
still others, ‘One of the ancient prophets has arisen.’”
Then he said to them, “But who do you say that I am?”
Peter said in reply, “The Christ of God.”
He rebuked them and directed them not to tell this to anyone.
He said, “The Son of Man must suffer greatly
and be rejected by the elders, the chief priests, and the scribes,
and be killed and on the third day be rai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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