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16-2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올 성탄에 문득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수련자 때인데 어느 본당에서 있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어느 본당 수녀님이 성탄 이튿날
아기 예수께 조배하려고 성당에 들어갔는데
구유에 있어야 할 아기 예수님이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분명 구유에 누워있어야 할 아기가…
구유만 덩그러니 있고, 
제의방과 제대, 본당 안의 장궤틀 사이를
돌아다니며 찾아보았지만
아기 예수님은 온데 간데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요즘 같으면 CCTV를 돌려보면
쉽게 찾았을 텐데 
거의 40년 전에 CCTV가 있을리 없고
수녀님은 사색이 되어
혹시나 하고 성당 마당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고 한다.
그 때 세발 자전거를 탄 꼬마가
성당 마당으로 낑낑거리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수녀님은 꼬마에게
어떻게 혼자 성당에 왔니 하면서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세발 자전거 뒷 바구니를 보는 순간
놀랐다고 한다. 
그렇게 애타게 찾던 아기 예수님이
그곳에 조용히 누워있었으니…
수녀님은 한편은 안심이었지만,
꼬마에게 왜 아기를 데리고 갔냐고
큰소리로 야단을 쳤다고 한다.
수녀님의 야단을 듣고 꼬마는 울면서
             아기 예수님이 구유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니까
심심하겠다 싶어
             아기 예수님께 동네 한바퀴
구경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래서 오늘 세발 자전거에
아기 예수님을 태우고 지금 동네 한바퀴
             구경시켜 드리고 왔다고 하더란다.  ​ 


​그 어린꼬마는 지금은
사십대 중반의 어른이 되었을 텐데
​이 나이에 성탄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꼬마의 세발 자전거 뒷자리에 누워
웃고 계시는 아기 예수님의 미소를 생각해 본다.

올 성탄은 코로나 19로 인해
미사도 없는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인간 역사 안에 곳곳에 스며든, 
인간이 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을 보면서
인간은 무력하게 보이지만
그 꼬마처럼 아기 예수님을 세발 자전거에 태워
동네 구경, 우리들의 인생살이를 보여드리자.

코로나 19로 발이 묶여 있는 우리,
아기 에수님께 동네 한바퀴 구경시켜
드리지 못하는 우리.

아기 예수님이 우리를 세발 자전거에 태우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주신다.
난 무얼 보았는가?
발이 묶였다고 내 마음도, 내 가슴도 묶여있는가?
말씀으로 우리 안에 하나되고자 하시는 
주님을 맞이하고,
“이 모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곰곰히 되새기신”
성모님처럼
그분 말씀을 마음 속에 간직하며
곰곰히 되새기는 한 해를 시작하자고 다짐해 본다.  

-이 예레미아 수녀-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16-21


그때에 목자들이 베들레헴으로 16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 찾아냈다.
17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18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19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20 목자들은 천사가 자기들에게 말한 대로 듣고 본 모든 것에 대하여
하느님을 찬양하고 찬미하며 돌아갔다.
21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것은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이름이었다.
 
Gospel LK 2:16-21
 
The shepherds went in haste to Bethlehem and found Mary and Joseph,
and the infant lying in the manger.
When they saw this,
they made known the message
that had been told them about this child.
All who heard it were amazed
by what had been told them by the shepherds.
And Mary kept all these things,
reflecting on them in her heart.
Then the shepherds returned,
glorifying and praising God
for all they had heard and seen,
just as it had been told to them.
 
When eight days were completed for his circumcision,
he was named Jesus, the name given him by the angel
before he was conceived in the w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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