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4,1-6 부활 제4주간 금요일


살아온 시간이 축적될수록,
만남 속 관계가 늘어날수록
감당해야하는 마음도 커짐을 봅니다.
함께 지내온 시간이 쌓일수록,
그 관계 속 깊이가 깊어질수록
감수해야하는 마음도 커짐을……


오늘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동행한 제자들을 독려하십니다.
곧 다가올 당신의 죽음을 감당해야 할
제자들에 대한 배려일테지요.
“무조건 굳세어라, 무조건 참아내라, 무조건 견디어내라”
하시지 않고
그 약해질 마음을 다독여주시고 
미리 읽어주시는 분이
바로 우리의 주님, 예수님이십니다. 
​참으로 감사한 마음 베풂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요한 14,1-3)”

오늘 젊은 부부의 生의 이별의 순간에 함께해야 했습니다.
여섯 살 아들을 둔 삼십대 중반의 아리따운 엄마,
마리 스텔라 자매의 죽음
그리고 그 고통의 시간에 함께한 가족들, 
그 누구보다 애틋한 마음의 남편……

신장암이 희귀암으로 변종되어
1년 5개월 정도의 투병 끝에
하느님 품으로 돌아간 자매의 산란했을 그 마음 조각들이
한줌의 흙으로 항아리에 담긴 모습을 바라보노라니
이천년 전,
예수님의 주검을 마주대했을 제자들의 심경도 느껴집니다.

염을 하고 곱게 단장한 모습으로
마치 긴 잠에 빠진 숲 속의 공주마냥 누워있던 자매의 모습을 보며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하신
주님의 말씀을 마치 마법을 깨울 수 있는
주문 마냥 외우게 되었습니다.

“아빠?! 엄마 백밤 자고 나면 우리에게 돌아와? 언제 돌아와?”
애착 인형을 들고서 
시신으로 누워있는 엄마 곁을 맴돌며 질문하던 
어린 아들 미카엘의 물음에 대한 답은
예수님께로 돌려 드리고만 싶었습니다.
어찌 대답해야할지, 마음이 먹먹해져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밤새 임종의 위기를 지나 한 고비 넘긴 마리 스텔라 자매를
임종 반나절 전에 찾아가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 제 수도 삶에 매우 큰 선물이 된 순간입니다. 
숨 쉬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도
늦게서야 찾아 온 수녀를 맞이하기 위해
침상에 꼿꼿이 앉아 
맑은 눈빛으로 인사를 나누어 주었던 자매에게
저의 그 어떤 말도, 교리도 쉽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늘나라는 이러이러하다,
이 고통은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 어떤 저의 말도
이미 예수님의 십자가 고통
그 끝자락까지 동참한 자매에게는
거추장스러우리라, 
사족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습니다.
“너무 힘든 순간이 또 찾아오거들랑
‘예수님!’ 꼭 불러요.
원망해도 괜찮아요,
‘예수님!’ 꼭 불러요! ‘예수님!’이렇게!”

예수님의 정배로 삶을 봉헌한 저이지만,
아직 끝까지 가보지 못한 길입니다.
아직 맛보지 못한 영원한 생명입니다.
이제서야 조금 조금씩 알아나가는 진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나긴 순례 끝,
하늘나라 저 너머 산 정상에 다다른 자매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말,
전해야만 했던 말은 다름 아닌 “예수님!”이었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와도 같이
아리따웠던 마리 스텔라 자매의 죽음 그리고
영원한 생명에로 건너감을 바라보면서
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영원한 삶에로 넘어갈 수 있도록
우리를 깨워주는 왕자님은
바로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다시 한 번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함께 지내온 만남의 깊이만큼의 슬픔과 아쉬움은
우리 산 이들의 몫일터이나
​하느님 품에 안긴 영혼이
인생 선배로서 우리에게 남겨준 큰 선물은
바로 다름아닌 “부활에 대한 생생한 희망”입니다.

예수님을 통하여 아버지 집에 안착한
마리 스텔라 자매를 기억하며
​파아란 하늘을 향해 눈물 섞인 고마움 한 자락
접어 날려 보냅니다.



전 요세피나 수녀

+ 요한 14,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2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3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4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5 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6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 Jn 14:1-6

Jesus said to his disciples:
“Do not let your hearts be troubled.
You have faith in God; have faith also in me.
In my Father’s house there are many dwelling places.
If there were not,
would I have told you that I am going to prepare a place for you?
And if I go and prepare a place for you,
I will come back again and take you to myself,
so that where I am you also may be.
Where I am going you know the way.”
Thomas said to him,
“Master, we do not know where you are going;
how can we know the way?”
Jesus said to him, “I am the way and the truth and the life.
No one comes to the Father except throug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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