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4,13-35 부활 제3주일


렘브란트 作 ‘엠마오의 저녁식사’.(1648) 출처: 구글이미지 (가톨릭신문)

부활 3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은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엠마오 사건은 예수님의 제자들 중 두 사람이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이후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로로 가는 도중에 일어났습니다. 침통한 표정을 하고 예루살렘을 떠난 이들이 엠마오에서 다시 돌아올 때는 그들의 마음이 타오르고 환희에 가득 차 있습니다. 엠마오로의 길 위에서 그리고, 그들이 머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복음은 ‘바로 그날’이란 말로 시작됩니다.
‘바로 그날’ 주간 첫날 새벽에 예수님을 따르던 여자 몇이 향료를 가지고 예수님의 무덤으로 갔는데 무덤이 열려있고, 예수님의 시신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천사들이 나타나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 여자들이 이를 제자들에게 알리자 베드로와 요한이 무덤에 달려가 보니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예수님은 보지 못한(24, 1-12) 바로 그날입니다. 주간 첫날 부활의 아침 해가 떠올랐지만 아직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못하고 있는 때입니다.

제자들 중 두 사람이 침통한 마음과 혼란을 안고 예루살렘을 떠나 엠마오로 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나자렛 사람 예수님은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이셨고, 이스라엘의 해방자로 기대한 분이셨지만, 수석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히게 하였고, 이 일이 일어난지 벌써 사흘째입니다. 우리의 기대와 확신이 흔들리고 무너진지도 이미 사흘이나 되어 아무런 희망도 없는 상태입니다. 몇몇 여자들이 예수님이 살아나셨다고 전하지만 제자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혼란과 실망속에서 다시 옛 삶으로 돌아가고 있는 두 제자에게 ‘예수님이 가까이 다가가시어 함께 걸으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건네십니다.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그러나 그들의 눈이 가리워져 있습니다.
때로 지나친 슬픔과 혼란, 실망 속에 있을 때는 우리는 주위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곤 합니다. 그 때 예수님은 그들과 함께 걸으시며 그들의 상처나고 흐트러진 마음을 풀어내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해 기록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십니다. 예수님이 초대한 말씀의 식탁에서 예수님을 경청하면서 두 제자의 마음이 타오르고 잇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 마음이 움직이고 있던 중에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하고, 이제 그들이 예수님을 초대합니다.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예수님이 집에 들어가 제자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십니다. 함께 음식을 나눔은 가장 친밀한 시간입니다. 서산에 노을이 지고 있는 저녁 무렵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나눕니다. 그분이 빵을 떼어 나눌 때 제자들의 눈이 열려 그분을 알아봅니다. 주님 성찬의 식탁에서 비로서 그들의 눈이 열린 것입니다.

이렇듯 주님은 우리를 말씀과 성찬의 식탁으로 초대하시어 말씀으로 우리의 마음을 타오르게 하시고, 성찬의 식탁에서 당신을 우리 안에 모심으로(영성체) 당신과 일치를 이루게 하십니다. 이제 제자들은 예언자이시고 해방자이신 그분을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34절)으로 고백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 안에서 때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사건과 상황들로 인해 신앙이 흔들리고, 예수님이 정말 계실까? 그분이 나의 기도를 듣고 계신가? 내가 믿는 신앙이 나의 삶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회의가 들기도 하고, 지치고 실망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우리 눈이 가리워져 우리 곁에 계신 주님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이 때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이야기를 읽어 보십시오. 그리고 내 곁에 가까이 오시어 나의 혼란 속에서 함께 걸으시고, 나에게 말을 건네시고, 나의 눈을 열어주시며, 나를 당신의 식탁에 초대하시어 당신을 나누어 주시는 주님을 알아볼 수 있는 은총을 청하시길 바랍니다. 비록 내 눈이 가리워져 있어도 나를 위해 수난하시고,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은 나의 눈과 마음을 열어 주시어 당신을 알아뵙게 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주여, 머무르십시오,”

* 제노 수녀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4,13-35
주간 첫날 바로 그날 예수님의 13 제자들 가운데 두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순 스타디온 떨어진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14 그들은 그동안 일어난 모든 일에 관하여 서로 이야기하였다.
15 그렇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16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17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들은 침통한 표정을 한 채 멈추어 섰다.
18 그들 가운데 한 사람, 클레오파스라는 이가 예수님께,
“예루살렘에 머물렀으면서 이 며칠 동안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혼자만 모른다는 말입니까?” 하고 말하였다.
19 예수님께서 “무슨 일이냐?” 하시자 그들이 그분께 말하였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에 관한 일입니다.
그분은 하느님과 온 백성 앞에서, 행동과 말씀에 힘이 있는 예언자셨습니다.
20 그런데 우리의 수석 사제들과 지도자들이 그분을 넘겨,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 박히시게 하였습니다.
21 우리는 그분이야말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기대하였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지도 벌써 사흘째가 됩니다.
22 그런데 우리 가운데 몇몇 여자가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들이 새벽에 무덤으로 갔다가,
23 그분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 하는 말이,
천사들의 발현까지 보았는데
그분께서 살아 계시다고 천사들이 일러 주더랍니다.
24 그래서 우리 동료 몇 사람이 무덤에 가서 보니
그 여자들이 말한 그대로였고, 그분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25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26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27 그리고 이어서 모세와 모든 예언자로부터 시작하여
성경 전체에 걸쳐 당신에 관한 기록들을 그들에게 설명해 주셨다.
28 그들이 찾아가던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29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30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31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32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33 그들이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보니 열한 제자와 동료들이 모여,
34 “정녕 주님께서 되살아나시어 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고 말하고 있었다.
35 그들도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24:13-35
That very day, the first day of the week,
two of Jesus’ disciples were going
to a village seven miles from Jerusalem called Emmaus,
and they were conversing about all the things that had occurred.
And it happened that while they were conversing and debating,
Jesus himself drew near and walked with them,
but their eyes were prevented from recognizing him.
He asked them,
“What are you discussing as you walk along?”
They stopped, looking downcast.
One of them, named Cleopas, said to him in reply,
“Are you the only visitor to Jerusalem
who does not know of the things
that have taken place there in these days?”
And he replied to them, “What sort of things?”
They said to him,
“The things that happened to Jesus the Nazarene,
who was a prophet mighty in deed and word
before God and all the people,
how our chief priests and rulers both handed him over
to a sentence of death and crucified him.
But we were hoping that he would be the one to redeem Israel;
and besides all this,
it is now the third day since this took place.
Some women from our group, however, have astounded us:
they were at the tomb early in the morning
and did not find his body;
they came back and reported
that they had indeed seen a vision of angels
who announced that he was alive.
Then some of those with us went to the tomb
and found things just as the women had described,
but him they did not see.”
And he said to them, “Oh, how foolish you are!
How slow of heart to believe all that the prophets spoke!
Was it not necessary that the Christ should suffer these things
and enter into his glory?”
Then beginning with Moses and all the prophets,
he interpreted to them what referred to him
in all the Scriptures.
As they approached the village to which they were going,
he gave the impression that he was going on farther.
But they urged him, “Stay with us,
for it is nearly evening and the day is almost over.”
So he went in to stay with them.
And it happened that, while he was with them at table,
he took bread, said the blessing,
broke it, and gave it to them.
With that their eyes were opened and they recognized him,
but he vanished from their sight.
Then they said to each other,
“Were not our hearts burning within us
while he spoke to us on the way and opened the Scriptures to us?”
So they set out at once and returned to Jerusalem
where they found gathered together
the eleven and those with them who were saying,
“The Lord has truly been raised and has appeared to Simon!”
Then the two recounted
what had taken place on the way
and how he was made known to them in the breaking of b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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