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2,35-40 설


설레는 마음으로 깨어있기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며 설렜던 적이 있는가. 취학 통지서를 받고 학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소풍 가기 전날 밤 들뜬 마음에 잠도 안자고 기다리던 학창 시절도 생각난다. 수녀원 입회 후 처음 집 휴가 가는 날 설레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예비 수녀 시절도 있었고, 처음 수도복 입기를 기다리며 설레던 마음도 떠오른다. 처음 중학교 신입생 담임을 맡게 되었을 때, 입학식 전 난방도 나오지 않아 추운 교실을 혼자 청소하면서 만날 학생들 생각에 설레기도 했었다. 무엇인가 낯설 때 그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 낯섦은 설렘을 가져온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설도 이런 설렘을 가져오는 날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이러한 설렘은 낯섦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익숙해질 때 사라진다. 그렇게 손꼽아 기다렸던 학교에 다니면서 금방 학교 다니기가 싫어져서 꾀를 부리고, 매일 입는 수도복에서는 아무런 감동도 느낄 수 없으며, 매일 보아야 학생들은 사랑스럽지만은 않다. 한 해를 시작하며 결심했던 것들은 점점 시들해지고 희미해지며, 더럽혀질까 조심스럽게 시작한 다이어리는 성의 없이 채워진다. 나를 설레게 했던 사랑하는 사람들도 점점 익숙해져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이렇게 낯섦이 사라진 익숙함은 설렘까지도 앗아가 버린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깨어 기다리라고 말씀하신다.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을 기다리는 종처럼 준비하고 깨어있으라고 하신다. 깨어있음은 긴장과 혼동되기가 쉽다. 주인이 무섭거나 종이 종으로서 할 일을 소홀히 하여 무언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긴장된 마음으로 주인을 기다릴 것이다. 이 때 기다림의 시간은 얼마나 괴로움의 시간이 될 것인가. 그러나 시장 가신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 아이의 마음처럼 사랑하는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찬 설렘일 것이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설렘으로 매일 매일을 살았으면 좋겠다. 아침에 눈을 뜰 때 새 날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설렘으로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수도자로서 날마다 바치는 성무일도가 그냥 습관적으로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하느님을 찾는 설렘으로 바쳐지면 좋겠다. 수도자로서의 일과가 그저 익숙함으로 잘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설렘을 간직할 수 있기 위해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이 늘 낯설고 새로워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먼저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복을 내려주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 깊이 깨달음으로 나의 마음에도 하느님께 대한 갈망으로 깨어있기를 새해 첫날 청해본다.
남 희정 데레사 수녀



+ 루카 12,35-4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35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36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37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38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39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40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Gospel, Luke 12:35-40

35 ‘See that you have your belts done up and your lamps lit.
36 Be like people waiting for their master to return from the wedding feast, ready to open the door as soon as he comes and knocks.
37 Blessed those servants whom the master finds awake when he comes. In truth I tell you, he will do up his belt, sit them down at table and wait on them.
38 It may be in the second watch that he comes, or in the third, but blessed are those servants if he finds them ready.
39 You may be quite sure of this, that if the householder had known at what time the burglar would come, he would not have let anyone break through the wall of his house.
40 You too must stand ready, because the Son of man is coming at an hour you do not exp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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