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1,5-13 연중 제27주간 목요일


오늘 복음 속 예수님께서 비유하시는 벗의 모습을 
제 삶의 자리에로 옮겨와 생각해 봅니다.
필요를 청해야 하는 벗의 입장도,
필요를 채워 주어야하는 벗의 입장도 
우리 삶의 자리 위에 대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이 어떠한지 알려주시고자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을 설정하여
자상히 설명해주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저는 오늘 복음 안에서
“하느님은 늘 더 좋은 것을 주시는 분”,
우리에게 “믿는 구석”이 되어 주시는
 하느님이심을 봅니다.

유난히도 오늘따라 가을 바람이 선선합니다.
오늘의 복음과 더불에 떠오르는 시 한 편,
비록 이 곳에는 살짝 긁어와 옮기지만(CtrlV, CtrlC)
오늘이 가기 전에
내 삶에 ‘믿는 구석’이 되어주는 벗에게
이미 하느님 마음을 닮아 있는 길동무에게
아래 시를 정성껏 필사한 손편지로
화답하기로 마음 먹어 봅니다.

누군가에게 아래 시를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벗이 된다면
더없이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이 아닐까
하는 작은 욕심을 내어 보면서……

전 요세피나 수녀 



지란지교를 꿈꾸며

저녁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다.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될수록 많은 것을 구경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 많은 구경 중에
기막힌 감회로 남은 것은 거의 없다.
만약 내가 한 두 곳, 한 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두고 되새길
자산이 되었을걸…


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될수록 정직하게 살고 싶고
내 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하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싶을 뿐이다.


나는 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테고
내가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도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다.


우리는 흰 눈 속 참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다.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흼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며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 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 일에 초조하지 않을 웃음도 만들어 낼 것이다.


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보다 품위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 때는 백작부인보다 우아해 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 두 사람을 사랑한다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진 않으리라.
우리가 멋진 글을 못 쓰더라도
쓰는 일을 택한 것에 후회하지 않듯이
남의 약점도 안스럽게 여기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안겨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 목이 아닌 데도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게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곱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춧가루가 끼었다고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그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 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 루카 11,5-1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5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벗이 있는데,
한밤중에 그 벗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
6 내 벗이 길을 가다가 나에게 들렀는데 내놓을 것이 없네.’
7 그러면 그 사람이 안에서,
‘나를 괴롭히지 말게. 벌써 문을 닫아걸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네.
그러니 지금 일어나서 건네줄 수가 없네.’ 하고 대답할 것이다.
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9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10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11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
12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13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Gospel Lk 11:5-13
 
Jesus said to his disciples:
“Suppose one of you has a friend
to whom he goes at midnight and says,
‘Friend, lend me three loaves of bread,
for a friend of mine has arrived at my house from a journey
and I have nothing to offer him,’
and he says in reply from within,
‘Do not bother me; the door has already been locked
and my children and I are already in bed.
I cannot get up to give you anything.’
I tell you, if he does not get up to give him the loaves
because of their friendship,
he will get up to give him whatever he needs
because of his persistence.
 
“And I tell you, ask and you will receive;
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the door will be opened to you.
For everyone who asks, receives;
and the one who seeks, finds;
and to the one who knocks, the door will be opened.
What father among you would hand his son a snake
when he asks for a fish?
Or hand him a scorpion when he asks for an egg?
If you then, who are wicked,
know how to give good gifts to your children,
how much more will the Father in heaven give the Holy Spirit
to those who ask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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