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11,1-13 연중 제17주일(조부모와 노인의 날)

청하여라, 주실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예수님의 이 단언에서는
다단계 판매원의 치약 홍보에서 느껴지는 확신보다
더한 확신이 느껴진다.
절대로 효과 있다니까!
나 믿고 함 기도해 봐.

예수님이 가르쳐 주시는 기도는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온통
뭘 해달라는 부탁이다.
기도문의 세부 사항에 관해
물론 더 생각할 것이 있지만
오늘은 그 기도 다음 이어지는
말씀에 더 눈이 간다.
아버지께서 반드시 그렇게 해주실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청하라는 격려의 말씀이다.

바로 앞의 친구들 비유를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뭘 청해서 얻어내는 일도
굉장히 녹록치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뒷부분을 읽으면,
친구 사이에서나 끈질긴 부탁이 필요하지
아버지한테는 그렇지 않다는게 드러난다.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아버지는 이미 주실 작정을 하고
우리가 기도하기를 기다리신다.
우리 기도에 대해
가장 좋은 것으로 응답하신다.
생선을 달라면 중국산 굴비 아니라
최고급 산지 직배송
국산 영광 보리굴비를 주신다.
빵을 달라면 편의점에서 집어온 빵 아니라
대한민국 제 1호 제과 명장이
아침에 딱 10개만 만드는 수제 건강 호밀빵을
새벽부터 그 빵집 앞에 줄서서
기다리셨다가 사주신다.

그렇게 우리가 청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걸 주실텐데,
궁극적으로 그 훨씬 좋은 것은
아버지의 영, 곧 성령,
그러니까 아버지 자신,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를 예수님의 말씀 따라
아버지께로 이끌어주실
성령이시다.

성령이라구요…?
새우깡 달랬더니
백지수표가 눈앞에 내밀어진 기분이다.
아버지가 우리에게
얼마나 더 좋은 걸 주신 걸까,
사실 가늠할 수 없다.
새우깡 열 봉지 사도 되는 백지수표다.

나의 기도는 사실 어떤 계기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가 원하는 건
우리를 단편적으로 만족시키는
일시적인 어떤 것들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품 안에서
예수님과 함께 성령으로 가득한
영원한 기쁨이다.
그러니 아버지는
나의 기도에 응답해 성령을 주신다.
내 가장 깊은 바람을 채워주신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기도에는
아버지의 나라와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짐에 대한 내용이
가장 앞에 있다.
그것들이 바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이어서 그렇다.

내 편에서만
“주세요” 해서
유지되는 인간 관계는 없다.
그러나 하느님 아버지와는
내가 계속해서
“주세요”라고 해야 하고,
“주세요”라고만 해도 되는 관계다.
아버지한테는 나의 “주세요”가
가장 기쁜 일이다.
기도 손 하고,
새우깡 주세요, 해봐.
옳지. 어이구 잘 하네?
그래, 성령을 줄께.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물론 내가 달라고 하면 새우깡도 주는 분이지만
사실 나에게 생명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을 주셨고
지금도 모든 것을,
당신 자신인 성령을 주고 계시는 분이시다.

오늘도 하루 네 번,
나는 아버지께 “새우깡 주세요”라고 기도하러
성당에 간다.

– 이 보나벤투라 수녀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1,1-13
1 예수님께서 어떤 곳에서 기도하고 계셨다.
그분께서 기도를 마치시자 제자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주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기도할 때 이렇게 하여라.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소서.
3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4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저희도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5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가운데 누가 벗이 있는데, 한밤중에 그 벗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고 하자.
‘여보게, 빵 세 개만 꾸어 주게.
6 내 벗이 길을 가다가 나에게 들렀는데 내놓을 것이 없네.’
7 그러면 그 사람이 안에서,
‘나를 괴롭히지 말게. 벌써 문을 닫아걸고 아이들과 함께 잠자리에 들었네.
그러니 지금 일어나서 건네줄 수가 없네.’ 하고 대답할 것이다.
8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그 사람이 벗이라는 이유 때문에 일어나서 빵을 주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그가 줄곧 졸라 대면 마침내 일어나서 그에게 필요한 만큼 다 줄 것이다.
9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10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11 너희 가운데 어느 아버지가 아들이 생선을 청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겠느냐?
12 달걀을 청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13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Gospel Lk 11:1-13
Jesus was praying in a certain place, and when he had finished,
one of his disciples said to him,
“Lord, teach us to pray just as John taught his disciples.”
He said to them, “When you pray, say:
Father, hallowed be your name,
your kingdom come.
Give us each day our daily bread
and forgive us our sins
for we ourselves forgive everyone in debt to us,
and do not subject us to the final test.”
 
And he said to them, “Suppose one of you has a friend
to whom he goes at midnight and says,
‘Friend, lend me three loaves of bread,
for a friend of mine has arrived at my house from a journey
and I have nothing to offer him,’
and he says in reply from within,
‘Do not bother me; the door has already been locked
and my children and I are already in bed.
I cannot get up to give you anything.’
I tell you,
if he does not get up to give the visitor the loaves
because of their friendship,
he will get up to give him whatever he needs
because of his persistence.
 
“And I tell you, ask and you will receive;
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the door will be opened to you.
For everyone who asks, receives;
and the one who seeks, finds;
and to the one who knocks, the door will be opened.
What father among you would hand his son a snake
when he asks for a fish?
Or hand him a scorpion when he asks for an egg?
If you then, who are wicked,
know how to give good gifts to your children,
how much more will the Father in heaven
give the Holy Spirit to those who ask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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